이제 더는 디지털 혁신을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 도입 정도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의 성공을 위한 핵심은 기술이 아닌 문화다.
디지털 업무 환경으로의 변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더 나은 업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일하는 방식의 형성은 기업의 운영 원칙,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에 대한 조직 내부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디지털 조직문화(Digital Culture)를 구축한다. 그리고 이 과정을 거쳐야만 기업이 추구하는 진정한 디지털 혁신이 가능해진다.
디지털 조직문화의 형성 과정은 특히 조직 구성원들에게 기술과 프로세스 측면에서 새로운 업무 방식에 대한 적응과 추가적인 학습을 요구하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더 큰 저항에 일반적으로 직면한다. 또 디지털 업무 환경에서 더 많은 자율권과 의사결정권을 부여받은 직원들에게 기존과 동일하거나 더 향상된 업무 성과를 스스로 창출해내야 한다는 부담이 가중된다. 때문에 변화에 대한 저항과 막연한 거부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접근 방법이 바로 구성원 중심의 ‘스토리텔링’이다. 즉, 조직 구성원들의 업무 효율성과 생산성, 나아가 삶의 질이 새로운 디지털 업무 환경 속에서 더 나아지고 개선될 수 있다는 데 공감하는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을 설득하고 교육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람 중심의 스토리와 콘텐트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는 특정인 또는 집단의 시각에서 만들어지거나 주관과 편견이 반영되어서는 안 된다. 구성원들 스스로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정의한 것이어야 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이 성공할 때, 구성원들은 비로소 변화의 필요성을 스스로 납득하고 수용하며, 나아가 변화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변화의 성공은 그 과정이 ‘강요’가 아닌 ‘공감’에 기반할 때 가능해진다.
새로운 화두 ‘구성원 경험의 설계’
우리는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를 혁신하기 위해서 새로운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잘 알고 있다. 새로운 고객 경험은 제품이나 서비스, 기타 사업 모델을 차별화한다. 특히 지금의 새로운 고객 경험은 디지털 기술 기반의 차별화를 크게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고객 경험을 만들어가는 주체는 조직 구성원들이다. 디지털 기반의 바람직한 ‘일하는 방식’이 먼저 정립되지 않으면 고객 가치의 혁신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에서 기업들에 새롭게 요구되는 고민의 화두가 바로 ‘구성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이며, 이는 바람직한 디지털 조직문화의 초석이 된다.
구성원 경험의 설계(Employee Experience Design)는 구성원들이 더 나은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로 하는 새로운 ‘행동(Behavior)’의 정의로부터 시작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필자가 디지털 조직문화 구축에 도움을 준 B2C 분야 유통 대기업의 사례를 소개한다. 국내 대기업 계열사인 고객사는 시장에서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빠르고 정확한 정보 분석을 바탕으로 경쟁사보다 빠른 의사결정을 통해 적시에 유통망 현장에 새로운 정책과 피드백을 제공해야 했다. 시장점유율을 방어해야 하는 중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내부 상황은 그러한 시장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모습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었다.
먼저 시장과 고객의 최신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 담당 부서와 담당자를 확인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과거에 수행한 유사한 업무와 프로젝트의 이력과 자료가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지 않아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있었다. 의사결정을 위한 미팅을 한 번 진행하는 데도 관련 자료를 사전에 취합하는 데 시간이 최소 2~3일이 걸렸다. 이러한 모습들은 회사의 시장 대응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렸으며, 고객 접점에서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본사의 기획, 지원에서 상품개발, 영업, 매장관리뿐만 아니라 외부의 점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현재의 업무 수행 방식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공감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참여한 구성원들 스스로 발생한 이슈의 근본 원인을 파악했다.
이로써 변화의 기회요인과 업무 혁신의 시나리오 및 구현 방법에 관한 아이디어를 도출해 변화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CEO는 자신이 직접 리드하는 스마트워크 혁신 태스크포스를 구성하여 회사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새로운 ‘일하는 방식’을 구체화하여 전사에 공유했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디지털 업무 솔루션과 인프라의 도입을 추진했다.
그 결과, 우선 구성원 개개인의 업무와 역량, 경험을 데이터화해 사내에서 누구나 실시간으로 검색하여 사안별 담당자 또는 전문가를 쉽게 찾고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했다. 사내 업무 이력과 지식자산은 팀별 업무 채널에 자동 저장되도록 했다. 또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공동작업과 문서 편집을 할 수 있도록 해, 자료를 취합하고 사후에 공유하는 데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되지 않도록 협업 솔루션을 구축했다.
이러한 노력은 본사 구성원뿐 아니라 매장 점주와 고객에 이르는 모든 이해관계자의 업무 만족도를 크게 향상할 수 있었다. 아직도 변화의 과정은 진행 중이며, 다양한 구성원을 대상으로 변화관리를 진행해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조직에 안착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위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시사점은 구성원들의 현재 ‘일하는 방식’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디지털 업무 환경에서 조직의 바람직한 행동양식을 먼저 설계한 뒤, 이를 지원하는 기술과 솔루션의 도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성원들의 애로사항(Pain Point)을 제거하고 업무 생산성을 높여 삶의 질을 향상하는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초점을 둔 스토리와 콘텐트를 만든다. 그리고 이를 구성원들과 공유하고 행동의 실질적인 변화를 유도해가는 과정에서, 이에 필요한 도구와 환경을 구현하는 것이 바람직한 구성원 경험을 완성하고 디지털 혁신을 성공으로 이끄는 방법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처] 포브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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